계획을 지키는 삶(25.02.18.)
최근 이틀간 5~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다니고 있다.
20대는 타고난 나의 체력과 운동신경으로 건강을 유지 할 수 있었고, 정말 아무것도 안해도 늘 건강했다.
하지만 30대는 건강도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을 신경쓰지 않으면 체력을 기르지 않으면 노화하고 쇠퇴하며 쉽게 아프게 되는 나를 만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낯설고, 왜 이러나 싶다.
20대엔 학군단을 하며 체력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는데 배불뚝이 아저씨가 된지 오래다.
그래도 괜찮았다. 오히려 식단을 하고, 계획을 세워 운동하고, 하루하루를 철두 철미하게 관리 했던 때보다 훨씬 더 유하고, 날카롭지 않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그래서 이렇게 사는게 맞는 줄 알았다.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거지~ 계획 세우고 예민하게 다 지키면서 그렇게 팍팍하게 어떻게 사냐?
이렇게 사니까 사람들도 유하다고 좋아하고, 나도 좀 너그러워진것 같고 좋구만~
그렇게 살다 어느샌가 나의 몸도 나의 마음도 나의 생활도 계획과 루틴과는 먼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30대가 지나며 계획없는 삶이 나의 몸을 상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계획과 루틴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고자 자 한다.
오랜만에 계획대로 사는 삶을 살다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많다.
오늘 아침 ABC주스를 하기 위해 전날 채소들을 쪄놓고, 믹서기로 갈려는데 잠금 장치 몇개가 보이지 않는다.
내 계획은 빠르게 주스를 갈아서 아이들, 아내와 같이 마시고 등원 시키고, 다시 빨리와서 장 대응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점점 지체된다. 찾다 찾다 못 찾아서 다른 믹서 통을 찾는데 이번에는 뚜껑이 없다. 뚜껑이 없이 해보려고 하는데 그 통은 뚜껑에 맞아야 칼날이 돌아간다. 내마음은 점점더 불편하고 불쾌해진다. 그래서 예전에 쓰던 손으로 하는 수동 믹서기를 쓰는데 물은 다튀고 왜이렇게 안갈리는지. 속으로 생각한다. '하, 내가 이거 때문에 비싼 돈주고 믹서기 산건데, 다 어디간거야?! 오늘 개 망했네. 내가 계획한건 이게 아닌데 지금 몇 십분동안 뭐하고 있는거지?! 진짜 짜증난다. 언제 갈아서 마시고, 정리하고, 애들 옷입히고, 차에 태워서 등원 시키고, 다시 와서 하냐. 망했다 망했어 오늘 하루.'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주스를 갈아 조금 마시고, 허겁지겁 애들 옷 입히고 차에 태워서 갔다. 운전을 하는데 사시 공부할때가 생각이 난다. 아무래도 내가 열심히 살았던 시기라 그 때와 지금이 오버랩 되는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정말 철저한 계획과 루틴으로 사시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처럼 때때로 루틴에 맞지 않은 시행착오가 발생했을 경우에 나의 하루는 완전히 망치는 하루가 되어버렸다. '아~ 오늘 이거 했어야 했는데 뭐야 저거 땜에 못했네~ 망했네 오늘 하루 날렸네~ 하...' 그러면 어떻게든 그걸 대처하고 가버린 시간이 화가나 공부를 아예 안해버리거나 내가 화가났다는 보상으로 잠을 자버리거나 고시식당에서 폭식을 하거나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였다.
차를 탔는데 그 때의 내가 오버랩되며, 잠깐만, 지금 내가 계획을 세우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거. 그거 왜 하는거냐 너? 결국은 자는 7시간을 제외한 17시간은 온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최선의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아니야? 1시간만에 이거 해야하고, 1시간 뒤에는 저거해야하고, 이게 왜 필요한건데? 결국은 하루를 온전히, 그리고 충실히, 의미있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거 아니야? 그런데 가족들한테 니 스스로한테 짜증 나는 티 팍팍내고, 짜증내고, 왜 그거 조금 뒤틀린 것으로 너희 하루 전체를 망치지? 너한테는 지금 14시간이라는 온전한 시간이 남아있는데 왜 그 조금 때문에 하루를 망치느냐는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주님의 기도문을 외웠다.
그래, 나에게 남아있는 14시간은 온전히, 그리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흘려보내자. 불편하고, 불쾌한 마음도, 계획이 깨져서 지나가버린 시간도 다 흘려보내자. 그리고 이제 부터 다시 시작이잖아.
계획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하루이다.
계획은 지켜져야 하지만 늘 변수는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짜증내고, 화낼 것인가? 그럴때마다 계획이 틀어졌다며 그날을 다 망쳐버릴 것인가? 잘 대처하고, 안되면 그것도 다음에 하면 된다. 그럴때 나의 계획도 루틴도 의미 있는 것이다.
계획과 루틴의 진정한 의미는 나의 일상의 행복과 매일의 소중함을 찾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계획을 지키되, 계획적이지 말자.
철저하게 계획을 지키며 살았던 삶, 그리고 완전히 놓아버렸던 삶 둘다를 통해 이제서야 계획에 대한 진짜 의미를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